2014년 12월 18일 목요일

땅콩이 찌라시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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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이 찌라시를 잡다

정치bellwether (bellw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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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18 00:50
태산이 요란하여 내다보니 쥐새끼 한 마리가 난동을 피우고 있더라. 그 말이 생각난다.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청와대 찌라시 사건이 애꿎은 사람을 자살로 몰아가고 경찰 두어 명만 처벌하고 슬그머니 담을 넘어갈 모양이다. 찌라시가 담장을 넘어가도록 때맞춰 도와준 게 땅콩이다. 한 마디로 땅콩이 찌라시를 덮었다. 뭐 그런 셈이다. 혹시나 하며 찌라시를 관전하던 뭇 사람들이 허탈하게 생겼다.

찌라시 사건은 청와대가 쏟아놓은 배설의 뒤치다꺼리를 검찰이 떠안은 것에 불과하다. 검찰은 그저 청와대의 지시대로 뒷간 치우는 일을 맡았을 뿐이다. 잘해봤자 본전이고 못 하면 욕을 먹는 것은 처음부터 정해진 수순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찰은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쓴 채 청와대의 입맛대로 뒷간을 치웠다. 얼마나 고역이었을까? 그러니 애초에 검찰에 그 이상의 것을 기대했다면 그건 과한 욕심이다.

이 나라 검찰 중에 청와대의 지시를 거역할 뱃심을 가진 검찰이 있겠는가? 노무현 대통령과 맞장을 뜨겠다고 달려들던 검찰의 기개는 이명박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오래 전에 꼬리를 내렸다. 검찰은 다시 권력의 충실한 청부업자라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갔다. 그런 그들에게 옷 벗을 각오로 권력에 맞서라고 요구한다면 정신 나간 소리이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검찰이다. 권력 앞에는 한 없이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눈알을 부라리며 무서운 게 우리 검찰이다.

이번 청와대의 찌라시 사건과 대한항공의 땅콩 사건은 전혀 다르지만 다 같이 권력의 더러운 속성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그것은 이 나라의 소위 특권층과 그 주변이 국민이 코를 막을 정도로 부패하고 타락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조현아 부사장이나 몸에 맞지 않은 과분한 권력을 쥐고 주체를 못해서 벌어진 게 찌라시 사건이고 땅콩 사건이다. 다들 특권을 지닌 집안에 태어나 조상의 후광으로 분에 넘치는 자리에 올라섰다. 그런데 그 능력이 자리를 따라가지 못하니 어쩌랴.

지도자가 무능하면 주변에 호랑이의 위세를 빈 여우들이 활개를 치게 마련이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왕왕 여우를 비난한다. 그러나 권세를 빌린 여우를 탓할 것이 아니라 여우에게 놀아난 호랑이를 질타해야 한다. 국민은 호랑이에게 권력을 위임했지 여우에게 위임한 게 아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그건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 그런 지도자는 국민에게 불행이다. 집안 단속을 제대로 못해 일어난 일의 책임을 검찰에 넘긴 청와대의 처신은 삼류 블랙코미디이다.

사람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게 되면 권세를 부리려 한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일이 터지면 그 책임을 아랫사람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떠넘기기 급급하다. 이것도 저것도 여의치 않으면 온갖 두서없는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한다. 그런 그들의 처신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때로는 역겨움마저 느끼게 한다. 책임감과 도덕심이 없는 지도자는 사회의 해악이다. 거기에 안하무인의 오만함까지 겸비했다면 조직엔 가히 재앙이다. 그런 현실을 대한항공 부사장이 증명했다.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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