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1일 일요일

Wild

수요일.... 회사 동료가 아침부터 바쁘게 전화를 걸어왔다

금요일 저녁시간 비워놓으라고...

아침부터 주말 술자리 약속을 정하느라 참 바쁜 친구다 ^^

나이도 많고 술마시면 주저리주저리 말도 많은 형인데

같이 술한잔 해주는 심성이 고맙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서 나라는 인간을 알게 되고

속상한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는데

(아마도....나라는 인간은 항상 적당한 거리를 두지 않으면 결국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

그때가서 혹여나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쓰레기 같은 걱정도 해본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오전에 별반 쓸데없지만 해야하는(일이라고 부르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오후 3시

약속은 저녁 6시...

시간이 어중간하니 남아서 약속장소인 을지로가 아닌 시청역에서 내려 교보문고까지 걸어봤다

갑자기 옛날에(어렸을때) 휩쓸고 다니던(?)  곳을 한번 가보고 싶었다는...

교보문고에 들러 한바퀴 휙~ 돌면다가 얼마전에 다시한번 읽어 보고 싶어서

"셰릴 스트레이드"가 쓴 와일드 라는 책을 구입했다.

시청에서 광화문...청계천을 걸어 을지로에 도착했고

아직 시간이 남는지라 커피한잔 부려놓고 읽기 시작했다

아...맞아 이 책은 이렇게 쭉쭉 읽어지는 책이였어....

사십분여 동안 화장실한번을 다녀온것을 빼고는 그자리 그대로 열심히 읽어 내렸다

약속한 사람들이 도착하고 억지로 책을 가방에 넣고  술자리로~

소주 몇잔과 맛있는 안주 그리고 사람들...

술자리는 그날을 지나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 되었고

잡히지 않는 택시를 욕하면서  PC방에서 쪽잠을 청하고

이른새벽 약 19년전 새벽이면 들렀던 악기상가아래 해장국집을 들러

아침을 먹고 집으로 향했다.


피곤에 찌들어 잠이 들 만 한데

다시 책을 꺼내읽기 시작했고 안양 집까지 지루한지 모르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집에오니 급격하게 몰려드는 피로(쩝....운동안한 사십대 체력이니까...)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다시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지 이제 11개월 ...일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가....

없다....변한게 없다

그래서 문제다.  무엇인가 바뀌고 싶고 변화시키고 싶어 버둥거리던

30대 후반의 몇 년이 지나고 이렇게 40이라는 나이에 들어섰는데

20대 에서 30대로 갈때의 그런 좌절(?)감 같은 기분이라니

대체 10년동안 무었을 했는지


한게 없어서 변한게 없다기 보다는

아직도 나이먹음으로 인해 무엇인가 변하기를 바라는 이 심보가 아주 고약하다싶다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고

나도 시간에 따라 경험하고 바뀌어갈 뿐인데

단지 숫자하나 바뀐다고 무엇이 변하겠는가

힘든것은 어렸을때는 몰라서 그랬다 치더라도

이제 좀 나이를 먹었으면 그 헛된 기대를 그만 할 때가 된 것 도 같은데 여전하는 것이지

아직 덜 처먹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토요일 저녁

안방에서 이불을 챙겨 들고 컴퓨터방에 드러누워(아라가 자야하니까)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약 5시간

마지막 인사말을 읽으며 아쉽게  책을 놓는다


12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던 3월에 출간되었고

그해 10월에 한국어판이 나왔던...

서점에서 후닥닥 읽어보고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했고

다음해 산티아고 까미노를 생각하게 만들었던 PCT  4285Km의 도보여행기


남자가 썼다면...또는 전문 여행가가 썼다면 무미건조하고 참 의미없었을 책을

여성이면서 문학 예술을 전공한 작가가 씀으로써

여행자의 감성을 속속들이 세밀하게 표현해주어 읽는 입장에서 고맙기 까지한 책이다.


상처받은영혼이
(폭력가장,이른 결혼, 불륜, 엄마의사망, 마약...)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선택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

거리로만 치자면 약 4200Km의 국경을 넘어가는 미국 동부 산악 트레킹


책을 읽으면서....

산속에 혼자 텐트 안에서 지나가는 동물의 부스럭거림에 쫄았던
(우리나라에는 곰도 없음에도... 산속에서 혼자 야영은 쫌..쫄린다)

작가의 발톱이 죽어 빠질때 흠칫!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 죽을것 같이 아픈 발이지만 배낭을 메면 자동으로 걸어가던

물집이 잡히고... 터트리고... 굳으면 또 그곳에 물집이... 발바닥이 너덜너덜하던 그 시간을

표현력이 저질스러운 나로써는 대체 설명을 못하던 그런 감정을

글로 표현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하고 싶었다.


작가는 이 글을 다녀온 후 10년이 지나서 출간을 했는데...

아마도 온몸으로 했던 배낭여행 또는 백패킹이라는 여행방법은 사람의 뇌에

생체기 처럼 남아 시간이 지나서도 다시 보여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늦은 38살에 처음 싱글로 여행이라는 것을 시작한 나로써는

10년 후에 내 여행이 어떻게 기억될 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서 나에게도 이런 기억들이 몇일 전 일 처럼 기억될 수 있기를

그래서 잊지 않고 감사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볼 뿐이다.


조만간 영화로도 개봉을 한다니 간만에 영화관이나 한번 가볼까 싶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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