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앉아서 책읽고 인터넷하고.... 엉덩이가 점점 무거워지는 기분
몇일전에 뒷산 다녀오고 어딜 가볼까 고민은 하고 있는데 아직 어쩔지 모르겠는상황
간만에 좀 걸어볼까해서 아침에 가방에 물한병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안양천을따라 걸어가길 두시간... 7Km를 걸어왔다.
출발할때 흩날리던 눈은 점점더해지더니 펑펑~! 쏟아진다는!!
기분 괜찮은거슬?
시흥역을 지난정도 였던것 같은데.... 점심때도 되었고 해서 안양천을 벗어나
근처 순대국집을 들렀다. 두시간동안 강바람을 맞았더니 몸이 추웠나 보다
따뜻한곳에 들어오니 손이 오글오글 하는구나..
따뜻한 밥을 먹고 돌아나오는길 걸어왔던 강변 건너편으로 집으로 걸어갈 요량으로
건널목을 건너다 벽에 붙어 있는 투박한 걸림막을 보았다.
"재개발건으로 분쟁이 있는것일까?"
길건너 강변으로 내려가려다 말고 높지 않은 담을 넘어 안들 들여다 보았다.
아.... 옛날 돈암동에 살때 재개발 하기전 이런 집들이 모여 있던 동내가 있었는데...
낮은 지붕과 얼기설기 엮어만든... 재대로 지어진 집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
집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작은 공간에 푹 꺼진 집들이 담너머에 있었다.
출퇴근 하거나 놀러다녀올때 차로 많이 지나다니던 곳이였는데 이런 동내가 있는줄 걸어와서 처음 보았다.
강변이 아니라 작은 동내로 들어서는 골목길로 내려가 보았다.
입구에는 영업을 하는 집인가 싶을 정도로 허름하기는 하지만
누군가 와서 그림을 그려주었는지 예쁘장하게 그림도 그려놓았다.
마을 입구에 "어서 오세요" 라는 하트는 건물들이 허름하기는 하지만 나름 호감을 품고 있었다.
밖에서는 잘 안보이는데 몇미터 걸음만으로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풍경이 보여진다.
오랜만에 보는 집...
어렸을때 친구의 집이 그리 좋지 않았다.
친구는 집에 놀러 가자는 말에 한사코 손사래를 치곤했는데
어느날인가 친구가 가자는 말에 집에 들렀다가 살짝 놀라기는 했었다.
시맨트벽돌로 대충 올려놓은 낮은집....담은 오래되어 나무색이 모두 바랜 잿빗의 나무조각들이 엮어져 길과 집을 구분했었더랬다.
친구의 아빠는 택시기사로 일을 했고 우리가 갔을때 주무시고 계셔서 집 안에는 들어가다가 한소리 듣고 밖으로 나와야 했던
어릴적 기억이라 잘 모르겠지만 친구가 미안해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나름 용기내서 불러 줬을 것인데...아빠가 야근근무였던지...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했으니 나보다 그 친구가 더 무안했을 것이다.
그 친구와 집 앞에서 뭔가를 하고 한참을 잘 놀았었는데...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으려는지
소하1동 이주민대책위원.... 뭐...라는 깃발이 나부낀다.
터전을 잡고 가족과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삶의 기반이 위협 받았을때의 모습은 애잔함에 미안함도 같이한다.
골목을 돌아 들어간길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소리를 친다
뒤를 돌아 서둘러 이어폰을 빼니 인상을 잔뜩 찌푸린 아저씨 한명이
"뭐해요? 여기는 아무나 들어오는데 아니니까 빨리나가요!"
순간 당황스러운.... 사람다니는 길이고 출입금지가 되어 있는것도 아닌...
사람사는 동내에 들어왔다고 이렇게 홀대를 받아야 하는것인지
순간 울컥하면서 또 순간 다른 기분도 들어 아무말 하지 않고
쓴웃음을 지으며 동내를 돌아 나왔다.
그네들의 삶에 노크도 없이 들어선 내가 낮설고 예의없는 길손이였겠지...
난 그냥 사람사는 동내라고 생각하고 옛날생각을 했을 뿐이지만
그 아저씨에게는 그런 문제가 아니였겠지...
이해 하려고 하면서도 돌아나오는길 뒷통수에 들리던 욕지꺼리가 돌아오는 내내 기분을 울적하게 한다.
비교적 먹고 살만한 놈이 알량한 자신의 추억으로 남의 영역에 침범한 나쁜놈인것일까...
사는게 힘들어 피해의식때문에 다른사람들을 받아들일줄 모르는 사람좁음이였을까...
사는데는 그저 눈감고 자기 할일이나 하고 살면 된다는 그런 호시절을 살고 있는 나다.
하루가 지난 오늘...
15Km 정도 걸었을뿐인데...
싸구려 조깅화 덕분에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아침에 바늘에 실을끼워 바느질(?)을 하던중 생각이 나서 글을 써본다.
싸구려 동정일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살아갈 준비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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